힘들게 끝까지 일을 했던 터라 35주 째부터는 하혈을 하고 또 38주에는 코로나까지 걸려서 몸이 말 그대로 만신창이였습니다. 게다가 노산이구요. 코로나 걸리고 격리 해제 되고 그 다음날 출산을 했는데 격리 해제되었어도 조리원에는 못 들어간다고 병원 측에서 그러셔서 정말 많이 난감했어요.(코로나 양성 나오고 통화했을 땐 해제 문자 보여주면 조리원 갈 수 있다고 두 번이나 거듭 말씀해주셨거든요...) 몸이 너무 안 좋았어서 조리원에서 머물면서 몸을 치유하는게 급선무였는데, 그걸 못 하게 되다니... 또 출산한 바로 다음 날 핏덩이 아기 데리고 집으로 가야한다는 사실을 퇴원 전날 알았으니... 휴... 정말 말 그대로 눈앞이 캄캄하고 너무 서러워서 눈물이 엄청 나더라구요...

남편과 저 모두 멘탈이 탈탈 털릴대로 털려서 산모도우미 119 전화 드려서 가장 빠른 날짜에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이 있으신지 문의드렸구요. 그때 만나게 된 분이 바로 "최맹자" 이모님이셔요. 혹시나 급하게 일이 처리되면서 경험 없으신 분이 오시면 어떡하지,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걱정도 솔직히 되더라구요.

하.지.만. 그때 했던 걱정은 정말로 쓸데없는 걱정이었네요.
사정 상 시어머니, 친정엄마 두 분 다 도와주실 수도 없고, 코로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던 사막 같은 상황에서 오아시스 최맹자 이모님이 나타나주셔서ㅠㅠ
육아 전략, 살림 노하우, 삶의 지혜까지 모두 전수해주셨습니다.

1. 육아 전략
정말 손에 뭐가 달리셨나 싶을 정도로 손이 엄청 빠르시고 정확하세요(첨부된 사진은 이모님의 빠른 손을 역동적으로 보여줍니다 ㅋㅋ). 또 아이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셔서 대처하시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사람들이 베테랑, 베테랑 하잖아요.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정말 이모님은 육아 전문가세요. 아이의 울음 소리만 들으셔도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판단하시더라구요. 육아 무식자인 저는 옆에서 실습 받는 교육생처럼 상황 별로 이모님이 하시는 말씀, 행동 기억했다가 이모님 안 계실 때 진짜 이모님 아바타처럼ㅋㅋ 우리 아기 케어를 했고, 한달 째인 지금은 어느정도 잘(^^) 해내고 있답니다!

2. 살림 노하우
저 정말 입 짧기로 유명한 사람인데 출산하고 잠도 못 자고 또 코로나로 미각, 후각을 좀 잃어서 입맛이 아예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모님 음식 솜씨가 너무 좋으셔서ㅠㅠ 미역국 진짜 종류별로 끓여주시고, 반찬도 맛깔나게 해주셔서 입맛을 되찾았어요. 입맛 없는 절 위해 반찬해주시고 일도 많으시면서도 간식도 항상 챙겨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답니다. 친구들 보면 시어머니나 친정 엄마께서 반찬도, 국도 해다 주시더라구요ㅠㅠ 넘나 부럽고 난 그러질 못 하니 솔직히 마음 한구석이 좀 슬펐는데 이모님이 그런 생각 안 들도록 엄마처럼 옆에서 극진히 챙겨주셔서 매일이 감동이었습니다.
또 반찬 만드는 법도 알려주시고, 집 청소하는 법, 빨래하는 법 등 집안 살림하는 노하우도 전수받았습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워낙 척척 집안일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ㅠㅠ 알려주신 노하우로 살림 여왕이 되어 보겠습니닷!!

3. 삶의 지혜
출산하고 몸이 너무 안 좋았어서 우울증이 왔어요. 타 지역 살다가 남편 따라 이사온 터라 만날 친구도, 친척도 없어서 더욱 외롭고 눈물도 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저 그런 걸 알아채시고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대화를 유도하시고 식사 시간에 함께 식사하며 도란도란 대화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낄낄 거리고 웃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됐어요. 정말 고등학생 소녀들처럼 깔깔대며 이야기 나눴던 게 너무 기억에 남아요^^ 4주 차에 이모님 가시고 나면 나는 어떡하나 벌써 걱정된다고 했더니 "일단 지금 현재를 즐기고 누리라"며 해주셨던 조언이 생각납니다.
인간 관계 속에서 어려움이 따를 때, 내가 살아가다가 지칠 때 최맹자 이모님이 해주셨던 조언이 많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해내야 할 어려운 과제 중에 하나인 육아 챕터 제 1장을 베테랑 이모님과 함께할 수 있어 많이 배웠고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